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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 기증자 월평균 2000명, 완성 가발은 5개 뿐, 왜?

By 김상수

Oct 10, 2018
소아암 환아를 지원하는 한 단체 현관 앞. 머리카락을 가득 담은 박스가 여러 개 놓여 있다. 마침 이날은 한 달 동안 모인 2000여 개 기증 모발을 협력 가발 업체로 보내는 날이다. 매달 기증자가 2000명 내외 나온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그런데 이 같은 기증 모발을 받게 된 소아암 환아는 5~7명에 그친다. 왜일까? 

[출처 = 개티이미지]


모발을 기증하려면 조건이 있다. ‘펌이나 염색을 하지 않은 굵고 건강한 모발, 길이는 25cm 이상’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관련 협회 관계자는 “기증받는 머리카락 양은 굉장히 많다”며 “기증자 분들이 오랫동안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서 기부하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한 행동이다. 또 머리카락과 함께 편지로 보내주는 사연도 하나하나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제 사연도 다양하다. 아기 배냇머리를 한 번도 안 자르고 25cm가 될 때까지 길러서 기부는 시민도 있다. 어려서 항암치료를 받았던 소아암 환아가 완치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답하는 마음으로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받는 머리카락을 한 달간 모았다가 협력업체인 가발 제작업체로 보낸다.

<사진2> 소아암 환아를 지원하는 협회에서 가발 업체로 보내는 머리카락이 들어 있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는 “모발기증은 말 그대로 상징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막상 가발 공정에 들어가서 쓸 수 있는 건 몇 안 된다. 그냥 눈으로 봐서는 염색이나 파마기가 없어 보여도 많이 상해있다. 그러면 다 녹는다. 한국인 머리는 대부분 손상모라 손실률이 높다”고 말했다.

가발제작업체 측 역시 모발 기증인원 수 대비 만들어지는 가발 수량이 적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한 협력업체에 따르면, 작년 총 2만4000명의 모발을 수령했지만, 이를 통해 76개 가발을 만들었을 뿐이다. 업체 관계자는 “가발 제작 공정상, 손상돼 손실되는 모발이 많기 때문에 기증인원 수와 만들어지는 가발 수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소아암 환아들은 어린 나이에 머리가 빠지는 데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동기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신체 이미지를 통해서 만드는 시기다. 머리가 빠진 모습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향후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기증이 아니라면 남은 방법은 직접 의료용 가발을 구매하는 것. 하지만, 이는 최소 10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을 넘는다. 뉴질랜드에선 병으로 탈모를 겪는 아동에게 1226.66뉴질랜드달러(한화 약 90만원)를 가발 비용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이와 유사한 정책이 없다.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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