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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탈모인, “아픈거지 웃긴 게 아니에요”

By 김상수

Oct 4, 2018
2030 탈모인은 괴롭다. 젊은 나이는 오히려 발목 같다. 이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말못할 그들의 속내를 들었다. 이들은 ‘당연히(?)’ 철저한 익명을 요청했다. 인터뷰를 통한 이들의 심정을 일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출처 = 개티이미지]



   대머리가 웃긴가요

얼마 전 인터넷 게시판에서 읽은 글이 있다. 한 여성 회사원이 쓴 글이었다. 같은 회사 남자선배에 대한 얘기였다. 큰 손과 넓은 어깨가 매력적인 선배. 선배는 후배의 이상형이었다. 하지만 후배는 선배의 마음을 받아 줄 수가 없었다. 선배가 대머리였기 때문이다. 콩닥거리는 로맨스를 기대한 난 서글펐다. ‘꿀잼’이라는 댓글들에 한 번 더 아팠다. 특히 ‘그 반짝이었어??ㅋㅋㅋ’라는 댓글은 내 가슴을 후벼팠다. ‘ㅋㅋㅋ’이라니.

아이폰X가 출시됐을 때 화면 구성을 두고 사람들은 ‘M자 탈모’라고 놀렸다. 기가 막힌 비유에 다들 폭소했다. 하지만, 난 억울했다. 왜 거기서 이유 없이 M자 탈모를 호출하는지. 왜 애플의 잘못(?)때문에 애꿎은 탈모가 소환돼야 하는지.



   당신 머리엔 1억이

어느 날 압구정에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모발이식 간판이 보였다. 정말 충동적이었다. 매달 25만원씩 꼬박꼬박 붓던 적금을 깼다. 2700모를 심는데 357만원을 썼다. 사람 머리카락은 보통 8만~10만 개라고 한다. 머리카락이 8만 개인 사람은 1억원 이상을 머리에 이고 사는 셈이다.

아직도 내 뒤통수엔 흉터가 있다. 절개 방법으로 수술했기 때문이다. 흉터가 남지 않는 비절개 수술은 더 오래 걸리고 더 비싸다. 모발을 이식하면 바로 머리가 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옮겨 심은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암흑기를 거친다. 머리카락이 완전히 자리 잡는 데는 8~9개월 이상이 걸린다. 수술은 빨리할수록 좋다.



   머리카락만 난다면야

머리카락을 붙잡아야 했다. 현대의학은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완벽히 붙잡지 못한다. 탈모약을 개발하면 노벨상을 받는다고들 말한다. 그 말이 누구에겐 ‘개그’지만 누구에게는 ‘현실’이고 ‘희망’이다.

그래도 먹는 약이 가장 효과가 좋단다. 약은 매일 같은 시각에 먹는 게 좋다고 했다. 아침에 먹기로 했다. 늦잠을 자는 날은 약을 먹고 다시 잠들기도 했다. 약은 한 달치가 1만8000원 꼴이다. 가장 싼 축에 속하는 약이다. 내 친구는 매달 대학병원에 간다. 진료비와 약값에 드는 지출이 상당하다. 약과 샴푸, 영양제 등 매달 20만원 정도 쓴단다. 학교 교사 월급에 비하면 상당한 액수다. 하지만, 그 친구는 머리만 난다면야 돈 쓰는 것 아깝지 않다고 했다. 그게 내 마음이다.

약을 타려면 처방전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병원과 약국에 들르는 것도 일이다. 탈모인에게 유명한 약국이 있다. 종로의 A약국은 ‘탈모인의 성지’로 불린다. 중요한 약을 싸게 팔기 때문이다. 요즘은 탈모약과 함께 맥주 효모도 먹는다. 자기 전에는 탈모약을 머리에 칙칙 뿌린다. 검은콩 가루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풍성하게 잘라주세요

사람들은 미용실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에게 미용실은 가장 긴장되는 곳이다. 누군가 내 머리를 위에서 올려다본다는 건 내 ‘모든 걸’ 보여주는 거나 다름없다.

숱을 치는 건 남들 얘기다. 풍성하게 잘라달라고 말할까 말까. 늘 하는 고민이다. 솔직히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샴푸도 걱정이다. 샴푸를 자주 바꾸는 게 머리에 스트레스라고 들었다. 비싼 샴푸로 곱게 키워놓은 머리인데 빠지면 누가 책임지나.



   동지는 한눈에 알아본다

나도 이제 탈모인들을 한눈에 알아본다. 지하철을 타면 내 또래 탈모인이 눈에 들어온다. 속으로 ‘하루라도 빨리 머리를 심는 게 좋을텐데’, ‘약은 먹고 있나’ 걱정을 한다. 직장에서도 누가 먼저 말할 것도 없이 “너도 약 먹어야겠네”하고 서로 알아본다.

탈모여서 좋은 점도 있다. 주변 탈모인들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탈모가 없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말만 해준다. 그 얘기만 듣고 허송세월하면 안 된다. 티가 나게 되면 이미 늦다. 탈모 선배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아파 본 사람이 약을 권할 수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지 않는가. 



   이 고생의 끝은 어디인가

왜 안 써도 될 돈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건지 억울할 때가 있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것도 아닌데. 유전적인 건데. 탈모로 자살한다는 사람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이제 곧 결혼 적령기인데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사실 여자친구는 거의 신경 안 쓴다. 나 혼자 속앓이를 한다. 이 모든 노력을 다 놓고 머리가 빠지는 걸 받아들이게 되는 건 언제쯤일까.

성기윤ㆍ박이담 기자/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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