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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만졌나봐요”…잘못 걸린 112신고, 실수면 다예요?

By 나은정

Sep 21, 2018
“경찰입니다. 신고전화 받고 왔는데요, 잠시 문 좀 열어주세요.”

한란(36)씨는 늦은 저녁 집으로 찾아온 경찰관들을 보고 당황한 것도 잠시, 이내 몇 번이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씨의 휴대전화는 네 살 난 아이 손에 쥐어져 있었고, 통화목록엔 112가 정확히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한 씨는 “가끔 아이가 휴대전화를 만지다가 엉뚱한 곳으로 전화가 걸린 적이 있는데, 경찰까지 찾아오니까 너무 난처하고 죄송했다”고 했다.


   “제가 신고했다구요?”

휴대전화 관리 소홀 등 부주의로 인한 112 오류 신고가 늘고있다. 가입자가 5000만명에 육박할 만큼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 되면서 한 씨의 사례처럼 ‘민망한’ 신고가 잦아진 탓이다. 휴대전화 조작에 미숙한 아이만 탓할 게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성인들의 경우에도 휴대전화가 바지주머니 속에서, 좁은 가방 안에서 제멋대로 눌려져 잘못 신고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지난해 112 신고 건수는 약 1900만 건. 그 가운데 허위(거짓ㆍ장난)나 오인(상황을 잘못 판단) 신고 외에 단순히 휴대전화나 보안장치의 오작동으로 인한 신고만 19만건이다. 전체 신고의 1% 수준이지만 2014년 20만건, 2015년 22만건, 2016년 24만건 등 지난 3년간 해마다 신고 건수가 10%씩 증가했다. 지난해 19만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경찰력의 낭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발달의 명과 암

오류 신고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기계경비업체의 비상벨 오작동은 업체들의 기술 개선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휴대전화 사용자의 부주의와 같은 오작동 신고 건수는 2017년 이전까지 줄곧 늘었다. 여기엔 휴대전화 기술의 발달이라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에서는 잠금상태에서도 경찰서나 소방서 등으로의 전화 연결이 가능하다. 굳이 번호판에서 숫자를 친절하게 누르지 않아도 터치 몇번에 신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경찰이 ‘말 없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엔 성인 여성이 스마트워치를 차고 요가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이 ‘국민안심서비스’의 일환으로 마련한 ‘원터치SOS’나 ‘112 긴급신고 앱’을 통해서도 잘못 신고될 여지가 있다. 원터치SOS는 미성년자(만 19세미만)와 여성이 사전에 가입을 신청하고 112를 단축번호로 지정하면 위급할 때 단축번호만 눌러도 경찰이 위치를 파악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납치나 성범죄 등 위급한 범죄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112 긴급신고 앱에서도 터치 한 번(3초간)이면 경찰이 출동한다. 하지만 지난해 긴급신고앱을 통한 1만여 건의 신고 가운데 부주의나 조작 미숙 등 오작동으로 인한 신고는 22.5%(2380건)에 달했다. 아이 손에서, 주머니 속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신고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휴대전화 잠금 상태에서 연결이 가능한 긴급전화 버튼(좌)과 3초간 누르면 자동으로 신고되는 112 긴급신고앱 화면 캡처.


   조금만 주의하면 된다

이렇듯 범죄 예방을 위한 선의의 노력은 되레 몇몇 사람들의 부주의로 인해 심각한 치안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 비상벨이나 휴대전화 오작동 신고는 경찰이 신고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위급하다고 판단, 대부분 현장으로 출동한다. 그러면서 휴대전화 가입자 조회나 위치 추적 등에 더 많은 경찰력을 동원하기 때문에 진짜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허위신고는 신고자가 악의를 가지고 하는 것이기에 벌로 다스린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로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혹은 경범죄처벌법상 거짓신고로 6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택배상품 반품 처리, 고객센터 불만과 같은 민원성 오인 신고나 부주의ㆍ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오류 신고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 악의나 고의가 아니라 오해와 실수이기 때문이다.

부주의로 인해 잘못 걸린 112 신고 상황. [출처=유튜브]

결국 자신도 모르게 걸리는 긴급신고로 경찰이 헛심을 빼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휴대전화 사용자가 신경 써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는 “허위신고도 큰 문제지만 오인신고나 부주의로 인한 오작동 신고가 많아지면 정말 급박한 상황에 경찰인력을 투입할 수 없게 된다”며 “휴대전화가 잘못 눌려 신고됐을 경우 재빨리 회신해서 상황을 설명해줘야 불필요한 현장 출동을 막을 수 있다”고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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