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하단바로가기


국민연금, 진짜 망하나요?

By 구민정

Sep 7, 2018
9%
현재 우리는 버는 돈의 9%를 ‘국민연금’이란 바구니에 붓고 있다. 지금 부어 놓고,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 매달 국가가 이를 조금씩 나누어준다. 그 돈으로 우리는 병원도 가고, 생활비로도 쓰고, 손자들 용돈도 줄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2030세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년마다 한번씩 하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지난 8월 제4차 계산을 마치면서, 지금 이 상태로 가다간 연금의 고갈시점이 2057년으로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제3차 계산에선 2060년이었던 시점이 말이다.

‘얼마나 받냐’가 아닌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
그렇다보니 우리의 관심은 ‘얼마나 많은 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가 아닌 ‘과연 받을 수 있긴 한걸까’에 맞춰져 있다. 주위 또래들의 여론도 “국민연금 탈퇴하면 안되냐”, “차라리 내가 그 돈으로 주식 굴려도 훨씬 더 이득일텐데” 등에 쏠리고 있다. 이에 타파스 취재팀은 국민연금을 둘러싼 2030들의 오해와 의문점을 모아봤다.
그리고 지난 제4차 재정계산에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장으로 참여한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으로 참여한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장으로 참여한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으로 참여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로부터 해당 의문에 대한 답변을 받아봤다.



   필요한 사람만 가입하면되지 꼭 국민연금 ‘의무’ 가입을 강제할 필요가 있나요?

국민연금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회기금이다. 우리나라에선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된다. 국민연금 의무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역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매달 소득의 무려 9%를 떼어가는 돈을 개인이 직접 관리하면 수익도 더 나고, 돈의 사용에 있어서도 더 자유로울텐데 왜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야한단 말인가?

▶김상균 명예교수
보통 사람의 경우 젊은 시절엔 노후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50대 정도가 되면 비로소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는 너무 늦어버리고 만다. 노후준비란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 아니고 30~40년의 긴 세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개인이 각자 알아서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제도가 있긴 하다. 만약 이에 가입하는 국민의 숫자가 전체의 최소 80% 이상이 된다면, 의무 가입을 요구하는 국민연금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러한 상황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결국 국민들이 조기에 노후준비를 시작하려면 의무가입은 불가피한 것이다.

▶정세은 교수
개인이 책임지는 방식은 곧 저축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인데 수익률이 높아 보이지만, 민간에선 이윤을 창출해야 하므로 가입자에게 주는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국민연금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을 설계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로 인해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은 사적연금과 달리 소득재분배 기능도 있다.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개인의 능력에 따라 노후소득의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양극화를 막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입 여부를 자율적으로 맡겨 놓으면 고소득층은 당연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다. 고소득층이 가입하지 않으면 제도의 운영과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민연금 제도에 있어 의무가입이 중요한 이유다.

▶성주호 교수
국민연금은 노후생활보장의 근본으로 도입되고 설계된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이다. 노인빈곤율 문제를 정부적 차원에서 관리하는 핵심제도이므로 사회적/세대간 계약(social contract)에 의해 소득배분배 기능 또한 중요하다.

▶박영석 교수
선진국의 경험을 통해서 볼 때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저축을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정부가 강제로 국민들로 하여금 노후를 준비하는 소위 ‘강제 저축’을 실행하는 것을 국민연금으로 이해하면 된다.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계속 줄어들고,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은퇴 세대)는 많아지는데 진짜 못 받는 거 아니에요?

문제는 ‘고갈’이다. 바닥나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분적립방식(partially-funded system)으로 국민연금을 굴리고 있다. 국민연금 제도를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받는 사람보다 쌓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적립기금 규모가 크다. 한번도 저금통이 바닥난 적이 없다.
하지만 미국, 영국 등 많은 선진국들에선 이미 남아있는 적립금이 없어, 부과방식(pay-as-you-go system)을 채택하고 있다. 쌓인 적립기금 없이 그해 필요한 급여재원을 그해 연금 가입자에게 기여금이나 세금 형태로 부과하는 것이다. 그때 그때 젊은 세대로부터 걷어 은퇴 세대를 지원하는 셈이다.
결국 ‘고갈’ 자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못 받으면 어떡하냐’에 대한 불안감은 기우인 것일까?

▶박영석 교수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는 것이 법제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 입장에선 법제화가 되면 국민연금의 제도개편이 더 어려워지고 정부의 재정건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김상균 명예교수
어떤 상황 하에서도 국민연금의 지급정지 사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대비를 하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 우려하는 상황들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라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므로 사전대비만 잘 하면 최악의 사태는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노후대비책엔 국민연금 외에 기초연금,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 등을 포괄하는 다층구조가 있다. 때문에 앞으로 이 다층구조를 건실하게 구축할 수 있는 연금개혁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정세은 교수
저출산이 지속되는 인구전망이라고 하더라도 생산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로봇을 비롯한 인공지능의 발전을 보면 노동인구가 적어져서 문제일 것 같지는 않다. 즉, 더 적은 수의 인간이 일을 해도 전체가 먹고 사는 시대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또 현재는 노동인구의 임금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미래엔 재산소득에도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령층 부양을 노동인구 임금소득에만 부담지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금고갈까지 40년 정도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저출산 자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도 당연히 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노동인구가 현격히 줄어들게 되는 상황이 향후 지속된다면 국민연금 혹은 사적연금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존립 자체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니깐 말이다.

▶성주호 교수
정부도 대비를 하고 있다. 재정추계의 목적 중 하나가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참조해 연금수급권을 항시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도출하게 된다. 향후 논의는 세대간의 형평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부어봤자 결국 ‘푼돈’일뿐이잖아요?

소득대체율.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금액이 그 사람이 은퇴 전 소득(생애평균소득)의 몇 %가 되는 지를 말한다.
최근 제4차 재정계산 결과 소득대체율을 지금의 40%로 유지할 지, 45%로 올려서 은퇴 후 받는 연금 액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지에 대해 두 가지 안이 제시됐다(향후 정부와 국회의 결정 과정이 남아있다).
어찌됐든 소득대체율이 40%대라면 결국 ‘푼 돈’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세은 교수
40%까지 낮아진다고 해도 국민연금이 가지는 장점들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익비(보험료 대비 급여)로 보면 민간보험보다 확연히 높다. 비판은 많지만 그래도 국민연금이 가장 좋은 노후보장수단인 것이다. 그리고 40%가 낮다면 더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정답이다. 단,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면 국가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성주호 교수
노인빈곤율을 해소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 됐다. 대통형 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출산율, 고령화 등의 이슈를 주요 현안 과제로 다루고 있으며 DJ정권부터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우리의 생활보장 차원에서 소득대체율은 관리될 것으로 판단된다.

▶박영석 교수
소득대체율이 40% 이하로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후보장이라는 명분을 유지할려면 소득대체율 40%는 마지노선으로 생각된다.

▶김상균 명예교수
소득대체율 40%는 옛날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이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중간 수준에 해당된다. 앞으로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40%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40%’는 소득대체율 마지노선이라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앞으로 노후 생활비는 노후소득보장의 다층구조로 해결해야 한다. 설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 선에서 머물더라도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의 다른 연금제도를 개선하고 강화함으로써 각자가 최종으로 받는 연금액의 총액을 늘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초연금에, 국민연금까지 ‘이중’으로 기금 조성할 필요가 있나요?

현재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복지 제도로서 ‘기초연금’이 지난 2014년부터 운영중이다. 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후자금을 국가가 기초연금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국민연금까지 꼭 필요할까. 노후 보장이라는 취지에 따른다면 기초연금을 더 확장하면 되는 것 아닐까?

▶성주호 교수
기초연금은 저소득층의 최소한 생활보장에 근거한 사회보험 기능이고, 국민연금은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근본적 도입 취지의 차이가 있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둘 다 운영하고 있음에 기본 취지를 이해하여야 한다. 두 제도 모두 글로벌 스탠다드로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박영석 교수
기초연금은 빈곤노인층을 대상으로 재정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따라서 확대하면 좋지만 재정부담 때문에 확대를 하기 힘든 점이 있다.

▶김상균 명예교수
국민연금의 재원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를 거두어서 형성한 기금이지만 기초연금의 재원은 정부가 거둔 세금으로 형성된 일반재정이기 때문에 기초연금에는 기금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두 제도는 대상과 재원조달 측면에서 다를 뿐 아니라 상호보완적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두 제도가 이중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두 제도의 역할 분담의 적정비율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양자간에는 상호충돌의 가능성이 항상 있다. 예컨대 기초연금의 비중을 확대할수록 국민의 조세부담이 늘어나야 하는 반면, 국민연금 가입의 동기를 저하시켜 국민연금 가입율이 악화될 개연성이 높아지는 식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함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세은 교수
생각보다 많은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많은 노인, 전업주부, 비정규 노동자들의 경우다. 따라서 기초연금은 그런 사람들에게도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기초연금을 받아서는 은퇴 후에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따라서 그보다는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 소득비례 연금 제도, 즉 국민연금을 실시해서 은퇴 전 누리던 생활의 일정 수준까지 확보해 주는 것이 국민연금의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초연금이 모두에게 100만원 정도라도 주면 국민연금은 없어도 될 것이다. 10년 후에는 물가, 임금 상승 반영해서 200만원 주면 된다. 하지만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해외 대부분 나라는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보완적으로 실행하지만 국민연금 같은 소득비례 연금을 우선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기초연금과 별개로 꼭 필요한 것이다.

/korean.gu@heraldcorp.com

Back to List
MOST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