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하단바로가기


지갑 속 나만의 보물…70명에게 물었습니다

By 김상수

Aug 7, 2018
먼저, 당신의 지갑을 생각해보세요. 그 안엔 무엇이 들어 있나요? 카드가 있을 것이고, 약간의 현금, 출근도장 찍듯 모으는 쿠폰, 혹시 몰라 챙겨둔 영수증, 운전면허증…. 매일 지갑을 열 때마다 접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지갑엔 더 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바쁜 나날 속에 나조차도 잊고 있던 것들. 하지만, 버릴 수 없는, 간직해야만 하는 것들. 
타파스는 70명의 지갑을 열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에게 가장 특별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가족사진

   38세ㆍ남

“22살 입대 전날, 부모님과 처음으로 사진관을 찾았습니다. 어색했죠. 사실 귀찮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나야 할 친구 약속이 수두룩한데. 그렇게 찍은 손바닥만 한 가족사진 한 장. 그 한 장은 군생활을 버티게 한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몇 번의 지갑을 바꾸는 동안에도 계속 이 사진을 보관했습니다. 
가끔 우연히 사진을 볼 때가 있어요. 지금의 나와 닮은, 젊은 부모님이 있고, 그 옆엔 철없이 귀찮음이 얼굴 가득한 22살 제가 있습니다.”


   26세ㆍ여

“얼마 전 엄마 지갑을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엄마 지갑을 꼼꼼하게 본 건 처음이었어요. 지갑엔 어릴 때 내 사진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사진도, 훌쩍 커버린 지금의 내 사진도. 정작 엄마 사진은 없고 내 사진만 가득했어요. 내 인생을 꼭꼭 눌러담듯. 그렇게 사진을 모으셨더라고요. 
처음엔 기분 좋고 신기했는데, 순간 좀 울컥했습니다. 내 지갑에도 사진이 있거든요. 오로지 내 사진만요.”


   45세ㆍ남

“아내가 어느 날 사진을 한 장 내밀었습니다. 지갑 크기에 맞게 가족사진을 한 장 만들었더라고요. 지갑을 달라고 하더니 직접 지갑에 넣어줬습니다. 사진 자체가 오랜만인지라 신선한 기분이 들더군요. 
가끔 사진을 볼 때마다 잘 넣어놨단 생각이 듭니다. 휴대폰 배경화면과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70명 중 16명은 지갑 안에 가족사진을 갖고 다녔습니다. 4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행운

   26세ㆍ여

“제 지갑에서 가장 특별한 것?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이요. 이미 쓴 티켓이죠. 동기부여 용으로 항상 지갑에 넣어두고 다녀요. 
볼 때마다 ‘또 여행 가야지’ 마음을 먹게 해주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버리지 않고 있어요.”


   39세ㆍ남

“주민등록증을 꼽고 싶네요. 39살이지만 여전히 주민등록증을 볼 때마다 기분이 새로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제가 처음으로 성인이 됐다는 걸 인정받은 증거이니까요. 사실 쓸 일도 별로 없고, 굳이 갖고 다닐 필요 있느냐는 말도 듣는데, 전 꼭 보관하게 되더라고요.”


   26세ㆍ여

“어릴 때 아버지한테 네잎클로버를 받았어요. 행운의 상징이라면서요. 
그 뒤로 계속 지갑에 넣고 다닙니다.”


   27세ㆍ남

“여자친구와 만든 공용 체크카드! 여자친구와 함께 카드를 쓰게 되니 데이트를 할 때에도 계획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되고요. 고마운 카드죠.”


   33세ㆍ남

“지갑에 있는 공무원증. 이걸 볼 때마다 취직 준비하던 시절이 생각나요. 힘들었거든요. 그 시간들이 모두 이 공무원증 한 장에 집약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퇴근 때 지갑에서 이걸 꺼내면서 오늘 하루도 잘 버텨보자, 다짐하려고요.”


어떤 이는 야구회원권을 꼽기도 했고, 지갑용품 ‘스테디셀러’ 행운의 2달러도 등장했습니다. 로또도 빼놓을 수 없죠. 가족사진이 내 ‘현재’라면 2달러, 네잎클로버, 비행기 티켓은 ‘기대’일 것입니다.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을 것이란 기대.

시대가 흐를수록 지갑은 점점 작아지고, 심지어 필요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전보다 줄어들거나 불필요해진 건 아니죠. 지갑은 세상에 내딛는, 그 첫걸음이었습니다. 입학을 기념하며, 졸업을 기뻐하며, 취직을 축하하며 우린 그렇게 첫 지갑을 만났습니다. 비록 지폐도 카드도 줄어들지만, 그래도 지갑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을 보관하는 나만의 공간으로요.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dlcw@heraldcorp.com

Back to List
MOST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