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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는 죄가 없다

By 정태일

Aug 3, 2018
 나는 코브라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아니 사육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나와 같은 ‘수입산 맹독성 파충류’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일반 개인이 키우기 위해서란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보통 가정집 같다. 

포레스트 코브라 [출처=위키미디어]


요즘 파충류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 같은 친구들 때문에 시끄럽다고 한다.

여기는 한국 최대 파충류 동호회다. 올라온 글들 제목만 봐도 이 세계에선 우리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한창이다. 

파충류 동호회 게시판 캡처[출처=파사모]
파충류 동호회 게시판 캡처[출처=파사모]

심지어 사람이 물리는 사고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사진은 해외에서 들여온 독사한테 물린 사례 중 하나다. 불과 3개월밖에 안된 최신 얘기다. 

호주산 독사 데스애더한테 물린 사진 [출처=한국양서파충류협회]


그런데 우리처럼 위험한 부류들이 한국에 어떻게 들어오냐고?

이 친구들은 한국에 들어올 때 ‘수입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표적인 독사들이다.

*호주갈색나무뱀, 남유럽살모사, 산호코브라, 북방살모사, 붉은띠코브라(사진 순서대로)



그런데 사실 얘네들 말고 훨씬 더 많은 독사들이 ‘허가 등의 법적 절차 없이’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이 친구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허가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우릴 한국에 데려올 수 있다.

우리를 담당하는 환경부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런 친구들도 버젓이 한국에 들어오는 상황이다. 그리고 사람을 문다. ‘본능적으로’ 


*가분바이퍼, 데스애더, 라이노 바이퍼, 포레스트 코브라(사진 순서대로)


그래서인지 환경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담담자의 설명이다.

“제도를 개선하려면 국내에 들어오는 야생생물 전체 현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파충류를 포함해 국내 반입 야생생물 현황을 올해 연말까지 조사한 뒤 관련법령을 손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부 한국 사람들은 우리를 거래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달라고 대통령한테까지 요청하고 있다. 



이런 일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고 있다. 우린 한국에서 수십만원에 거래되기 위해 먼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전시나 연구 목적이라면 기꺼이 이 한몸 희생하겠다. 그래도 키울 거라면 우리 탓은 하지 말아달라. 거듭 말하지만 우린 잘못이 없다. 독사는 죄가 없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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