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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대신 먹는 빨대? 그래서, 진짜 먹어봤다

By 김상수

Jul 24, 2018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기로 했다. 인류가 남긴 500년의 재앙, 플라스틱 빨대와 작별할 순간이 마침내 다가오고 있다. 그럼 대안은? 안 쓰면 된다. 그래도 써야 한다면? 그 방안 중 하나가 ‘먹는 빨대’다. 


이미 세계 곳곳에선 식용 가능한 빨대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국내 업체에서도 개발된 상태. 그래서, 타파스가 한번 직접 먹어봤다. 제품은 중소업체 연지곤지가 개발한 식용 빨대. 쌀과 타피오카를 섞어 만들었다. 


   자기만족은 확실, 불편하긴 하다


일단 외관상으론 기존 플라스틱 빨대와 같다. 커피점에서 각자 음료를 주문하고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식용 빨대를 꽂았다. 외관은 같지만 일단 기존 빨대보다 무겁다. 타파스팀은 각자 평소 취향(?)대로 음료를 마셨다. 빨리 마시는대로, 또 천천히 마시는대로. 빨대의 상태도 시간대에 따라 달랐다. 음료를 다 마시고선, 빨대를 먹었다. 다음은 각자의 평가를 장단점으로 정리한 결과. 


플라스틱 빨대보다 심히 불편하거나 어색하진 않지만, 어쨌든 불편하긴 하다. 장점으론, 역시나 조금이라마 친환경에 동참했다는 자부심. 처음엔 상당히 딱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부드러워진다. 얼마나 부드러워질까? 그래서 물병에 넣어봤다. 32시간 후의 모습이다. 말랑말랑해졌다. 파스타 면을 생각하면 된다. 실제 파스타처럼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굳이 먹는다면). 


꼭 빨대를 먹을 필요는 없다. 기존 빨대처럼 그냥 한번 쓰고서 버려도 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가능하다. 플라스틱 빨대가 500년이 지나야 분해가 된다면, 이 식용 빨대가 자연분해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100~150일 내외. 만약 체험을 원한다면 우선 전국 20개 매장을 지닌 이탈리아 식당, 닥터로빈에서 가능하다. 지난 23일 닥터로빈은 국내 외식업체 중 최초로 이 빨대를 실제 도입한다고 밝혔다. 닥터로빈은 귀뚜라미그룹의 외식 계열사. 


   30원 더 낼래요? 

오히려 핵심은 불편함보단 ‘비용’이다. 현재 이 빨대의 개당 비용은 소비자가 기준으로 30원. 플라스틱 빨대보다 2배 이상 비싸다(500년을 버티는 플라스틱 빨대, 그 정도로 저렴하다). 플라스틱 빨대가 그토록 널리 쓰인 주된 배경은 바로 이 ‘경제성’이다. 현 기술력으로 그 어떤 대체재도 플라스틱 빨대보다 경제적인 건 없다. 그리고 이게 가장 큰 장벽이다.

“식용 빨대를 들고 여러 대기업을 만났지만, 대부분 비용 문제 때문에 망설이더라고요. 환경 문제를 여전히 경제성으로만 접근하려는 시각이 안타까웠습니다.”(김광필 연지곤지 대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식용 빨대를 도입할 때 10원 내외의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면? 기업들은 이 비용을 소비자가 과연 흔쾌히 부담할 것인지 확신이 없다. 그대로 제품 비용을 올리면? 환경부담금을 소비자 몫으로만 전가하는 게 맞느냐는 논쟁도 뒤따른다. 그럼 기업은 어느 수위까지, 그리고 소비자는 또 어느 수위까지 부담해야 할까. 이래저래 복잡하니, 기업은 망설이게 된다. 그렇게 숫자 앞에서 망설이는 사이, 우린 또 플라스틱 빨대를 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는 연간 85억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8500000000개다. 


   식용 빨대, 종이 빨대, 짚 빨대 


당연히 식용 빨대만 답은 아니다. 이미 많은 대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빨대가 필요 없는 음료용 뚜껑을 도입키로 했다. 필요하면 종이 빨대를 제공한다. 미국의 ‘하베스트 스트로우즈’는 짚으로 빨대를 만든다. 이들은 “수세기 전부터 빨대는 짚에서 만들어졌으나 종이를 거쳐 1960년대에 플라스틱으로 대체됐다. 짚은 가장 지속가능하고 저탄소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소재”라며 짚으로 만든 빨대를 개발, 소개한다. 

스타벅스 외에도 맥도널드, 버거킹, 던킨도너츠 등 세계 주요 프렌차이즈 업체도 2020년을 전후해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키로 발표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도 예정된 수순으로 관측된다. 어떤 대안이든 중요한 건 결국 준비다. 불편함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는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는지.

P.S 고백하자면, 타파스팀도 이날 체험 이후, 또 플라스틱 빨대를 썼다. 그래도 이 체험 덕분에 한번은 덜 썼다고 애써 자기위안하며. 대신 앞으로 서로 상기시켜주기로 했다. 무심코 플라스틱 빨대를 쓸 때마다. 그렇게 조금씩 바꿔가는 거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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