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하단바로가기


폭염과 상어의 아찔한 연결고리

By 나은정

Jul 24, 2018
폭염, 가뭄, 홍수, 산불 그리고 상어. 전 세계적인 기상 이변과 최근 상어의 출몰이 잦아진 덴 공통점이 있다. 지구가 뜨거워진 탓이라는 점. 상어가 지구온난화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바다에 갈 때 ‘목숨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영화에서만 보던 그 상어가 발 밑에서 당신을 노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어의 습격, 미국이 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 롱아일랜드의 파이어 섬 해변 두 곳에서 10대 청소년이 잇따라 상어에 물렸다. 한 명(12ㆍ여)은 허리 깊이의 물에서 수영을 하다가, 다른 한 명(13ㆍ남)은 서핑보드를 타다가 다리를 공격 당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롱아일랜드 해변에 상어가 출몰한 것은 70년 만에 처음이다.

그로부터 나흘 전인 14일, 플로리다 주 해변에서도 수영객 2명이 상어에 물려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서핑을 즐기던 30세 남성과 수영하던 17세 소년이 3분 간격으로 상어에 물렸다. 둘은 고작 1마일(1.6㎞)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미국 뉴욕 주 롱아일랜드의 파이어아일랜드 해변에서 12세 여자 어린이가 상어의 습격을 받은 모습(위). 아래는 같은 섬에서 상어의 공격을 받은 13세 소년의 다리에서 제거된 상어의 이빨. [사진=ABC뉴스 캡처]

플로리다 해양박물관 자료를 인용한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플로리다 해변에서는 2007년부터 10년간 상어 공격 사례가 총 243건에 달한다. 2016년 한 해에만 30건의 상어 공격이 있었다고 플로리다대학의 국제상어공격정보(ISAF)는 보고한다. 그래서 플로리다는 ‘상어 공격의 세계 수도’라는 오명을 달고 있기도 하다.

플로리다를 필두로 태평양 한 가운데 떠있는 하와이 주(11건)와 대서양을 접한 노스ㆍ사우스캐롤라이나 주(6건),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 주(3건) 등 미국에서는 2016년 한 해 동안 무려 53건의 상어의 습격이 있었다. 20년 전인 1996년 24건의 공격이 보고됐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많아진 수치다.


2014년 하와이에서 촬영된 상어의 다이버 습격 장면. [영상출처=디스커버리]


   상어의 습격, 왜 늘어날까

사람을 노린 상어의 공격이 98건으로 가장 많은 해였던 2015년엔 미국(59건)뿐만 아니라 호주(18건)와 남아프리카공화국(8건), 바하마(3건) 등 세계 곳곳에서 상어의 습격이 잦았다. 이는 2000년 88건의 기록에 비해 11%, 1990년대에 비해 69% 늘어난 수치다.

학계에선 이렇게 최근 몇 년 새 상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빈번해진 데에는 인간의 잘못이 크다고 말한다. 호주 퀸즈랜드의 본드대학 연구진은 지난 2016년 발표에서 상어의 잇단 출몰이 해양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개입과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쿠버다이빙과 같은 해양 관광 프로그램 도입과 무분별한 연안 개발, 해양오염 탓이 크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상어의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실제 브라질의 항만도시 헤시피(Recife)에선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면서 상어들의 서식지가 파괴돼, 먹잇감을 찾아 연안 가까이로 몰려든 상어가 사람을 습격한 사고가 이어지기도 했다.

ISAF의 생물학자인 조지 버지스도 상어 공격이 늘어난 이유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상어의 개체 수 증가와 인구의 급증을 들었다. 지구온난화 탓에 수온이 상승해 따뜻한 바다에 주로 사는 상어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고, 늘어난 인구만큼 해변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상어의 공격도 늘었다는 것이다. 버지스는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상어로 인한 인명 피해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4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잡힌 길이 4m, 무게 300㎏짜리의 백상아리. [사진제공=거창수산]


   상어의 습격,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상어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일은 영화에서 현실로 나온 지 오래다. 외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1959년 이래 상어의 공격으로 총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망 사고는 충남 보령에서만 4번, 전북 군산에서 2번 발생했다.

사고는 주로 서해에서 일어났지만, 수온이 낮은 동해에서도 상어의 출몰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경북 경주 앞바다에선 길이 1.43m, 무게 25㎏의 어린 백상아리 1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됐다. 지난 5월엔 강원도 삼척 앞바다에서 길이 1.5m짜리 백상아리가, 4월엔 육지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길이 4m, 무게 300㎏짜리 백상아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2017년 8월엔 경북 영덕 앞바다, 2014년 6월엔 충남 보령 앞바다, 같은 해 1월엔 강원 고성 앞바다, 2013년 8월엔 전남 완도 앞바다 등 국내에선 삼면의 바다에서 식인 상어인 백상아리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고,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사람을 해치는 백상아리는 수온 20~25도 사이의 아열대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데, 우리 연안의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15년까지 1.11도나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이 0.43도 오른 것과 비교하면 2.5배가 넘는다. 지난해엔 폭염으로 8월 동해안 수온이 평년보다 4~5도 높은 27~29도를 기록했다.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 상승이 가파른 만큼 국내 해수욕장에서 상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예견 가능한 재앙이다. 해수욕하러 바다에 가면서 상어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 그 시대가 정말 코앞에 다가와 있다.

betterj@heraldcorp.com



Back to List
MOST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