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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노벨상 수상자들에게도 ‘넘사벽’이었다

By 정태일

Jul 18, 2018
“7월이 되면 연방최저임금이 마지막으로 오른 지 5년이 됩니다”

2014년 1월 14일 한통의 서한이 공개됐다. 수신인은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 해리 레이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에릭 칸토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이었다.

이들에게 보내진 서한의 핵심 내용은 연방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3년간 95센트씩 올려 2016년까지 ‘10.10달러’로 맞춰달라는 것이었다.
 
서한에 서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케네스 애로 스탠포드대학 교수, 피터 다이아몬드 MIT대 교수,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 토머스 셀링 메릴런드대 교수,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로버트 솔로 MIT대 교수[출처=위키미디어]


서한에 서명한 사람은 무려 600명 이상의 경제학자들이었다. 여기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7인도 포함됐다. 이들 중 4명은 전미경제학회(AEA)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학자들이 초대규모로 나서면서까지 미 의회에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국 경제학자들이 보낸 서한 캡처 [출처=EPI]



1. 연방최저임금이 시간당 10.10달러가 되면 연소득 1만5000달러를 받는 근로자가 2만1000달러를 받게 된다. 또 비정규직(팁을 받는) 최저임금이 정규직 최저임금의 70%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2. 1700만명 근로자 임금이 인상되고, 이에 따라 사용자가 임금체계를 조정할 때 최저임금 바로 상위 수준 임금을 받는 1100만명이 추가로 임금상승 효과를 얻게 된다.

3. 가장 많은 혜택은 가계의 성인, 여성 근로자(최소 주 20시간 일하는)들한테 돌아가게 된다.

4. 지속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수준을 올릴 수 있다.


특히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고용불안에 대해 “노동시장이 위축됐을 때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확고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다수의 경제학자들 성원에 힘입어 오바마 대통령은 10.10달러 최저임금 인상안에 서명했지만, 이는 곧 보수파 공화당 의원들에 막혀 저지됐다. 연방최저임금을 인상하면 90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나겠지만 일자리가 50만개 줄어들 것이란 의회예산국 예측이 곧바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2018년 현재 미국 연방최저임금은 여전히 7.25달러다. 10년 가까이 제자리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까지 나서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만큼 최저임금이 ‘난제’임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헤럴드경제DB]

한국은 2017년까지 최저임금을 5년간 6~8% 정도 올리다 2018년 최저임금을 무려 16% 인상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여기에서 또 10.9% 올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까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하반기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학자들이 주장했던 ‘연간 95센트 인상’도 최저임금을 매년 13%씩 올리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당시 5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었던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는 것이어서 꾸준히 올려왔던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또 우리처럼 인상률이 들쑥날쑥한 것이 아니라 13%로 고정시켰다. 자신들 스스로 ‘적절한(modest)’ 속도라고 자평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임금 노동자들이 늘어난 소득을 쓰게 되고, 수요와 일자리가 늘어나며 나아가 취업전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자타가 합리적이고 명쾌하다고 공인했던 미국 경제학자들조차 최저임금 문제를 풀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속도와 강도는 과연 괜찮은 수준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다. 

한 편의점 점주가 아르바이트 인력을 쓰지않고 직접 상품을 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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