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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이용만 당하는 멸종위기 동물 (feat. 오리발 FIFA)

By 민상식

Jul 10, 2018
질문 하나. 사자 표범 아르마딜로 늑대의 공통점은.

아르마딜로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최근 10여년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마스코트로 활약한 동물들이다. 2002 한일월드컵의 외계 생명체(아토, 니크, 캐즈) 이후 야생 동물이 계속 월드컵 마스코트가 됐다. 사자(2006 독일), 표범(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마딜로(2014 브라질), 늑대(2018 러시아).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모두 멸종위기 동물이라는 것. 이 동물들은 월드컵 마스코트로 정해져 상업적 용도로 사용됐으나, 정작 멸종 위기에 처한 이 동물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마스코트인 자쿠미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월드컵 트로피 vs 트로피 사냥

2010 남아공 월드컵의 마스코트는 ‘자쿠미’(Zakumi)였다. 자쿠미는 녹색 머리에 노란 피부, 점박이가 있는 표범이다. 2006 독일 월드컵의 마스코트는 ‘골레오 6(Goleo Ⅵ)’. 골레오 6은 숫자 6이 새겨진 셔츠에 하의는 입지 않은 숫사자다. 자쿠미와 골레오는 월드컵 기간 동안 크게 활약했지만, 우승 트로피가 들어올려진 이후 대중으로부터 점점 잊혀졌다.
 
2006 독일 월드컵의 마스코트인 골레오 6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사실 표범과 사자는 남아공의 ‘5대 동물’(표범ㆍ사자ㆍ하얀코뿔소ㆍ코끼리ㆍ물소)이다. 불명예 이름도 갖고 있다. ‘돈이 되는 5대 야생 동물’.

현재 표범과 사자는 ‘트로피 사냥’(Trophy hunting)과 가죽 불법거래 등으로 개체 수 감소 위험이 크다. 트로피 사냥이란 아프리카 등지에서 사냥 허가증을 받은 뒤 재미와 과시를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사냥해 상업적으로 거래하지 않고 박제해 차지하는 것이다. 2015년 미국인 치과의사인 월터 파머가 짐바브웨에서 ‘국민사자’로 통하는 세실을 도륙해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트로피 사냥은 돈이 되는 사업이다. 남아공은 야생동물 전리품을 집으로 가져가 과시하려는 서방의 사냥꾼에게 허가권을 내줌으로써 상당한 수입을 거둬 왔다. 5대 동물 중 하나를 사냥하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수백만~수천만원이다. 사냥에서부터 번식, 관광까지 아우르는 남아공 트로피사냥 산업 규모는 연간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에 이른다. 남아공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트로피 사냥을 연간 150건씩 허용할 수 있다.

야생동물 보호 단체들은 “개체 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수가 충분해지기 전까지 트로피 사냥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동물보호단체인 판테라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자 수는 지난 30년간 30만마리에서 1만5000∼4만5000마리 정도로 줄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마스코트인 풀레코 인형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월드컵 인형보다 싼 멸종위기 동물

2014 브라질 월드컵 마스코트는 ‘풀레코’(Fuleco)다. 풀레코는 몸을 웅크린 모습이 축구공과 흡사한 브라질 토종 동물 타투볼라(tatu-bola, 아르마딜로)를 형상화한 것이다. 풀레코는 월드컵 당시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풀레코 인형은 최저 59.9헤알(약 1만7000원)에 팔렸다.

문제는 살아있는 타투볼라가 인형보다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타투볼라 보호 활동을 벌이는 브라질 비정부기구(NGO) ‘카칭가(Caatinga) 협회’에 따르면 살아있는 타투볼라는 인형보다 10헤알(약 3000원) 낮은 가격인 50헤알(약 1만4000원)에 거래된다. FIFA는 브라질 월드컵 당시 타투볼라 보호를 위해 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카칭가 협회 관계자는 “FIFA는 풀레코를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타투볼라 보호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월드컵 이후 멸종 위기에 처한 타투볼라의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타투볼라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최근 10년간 개체 수가 30% 이상 감소했다.





   마케팅 속 동물의 진실

최근 야생 동물의 보존과 동물 복지를 위한 ‘라이온스 쉐어’(The Lion’s Share) 펀드가 출범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관하는 이 펀드에 참여하는 기업은 광고에 동물을 등장시킬 경우 사용된 미디어 지출 비용 중 0.5%를 펀드에 기부해야 한다. 기부된 돈은 전 세계 동물과 그들의 서식지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라이온스 쉐어 펀드는 전 세계 동물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프로덕션 회사인 핀치(FINCH)가 주도해 설립했다. 핀치 창업자인 로브 갈루조(Rob Galluzzo)는 “우리가 광고에서 가장 많이 보는 10종의 동물 중 9종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큰 동물”이라며 “그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자 표범 등 야생 동물은 미디어나 마케팅에서 멸종 위기가 아닌 것처럼 묘사된다. 학술지 ‘PLOS 생물학’에 발표된 미국 오리건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우리에게 친숙한 이 동물이 현실에서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지만, TV 광고나 캐릭터 형상화 등을 통해 보호의 필요성이 없는 것처럼 그려진다. 그래서 우리는 사자를 친숙하게 생각하고 사자의 개체 수가 많다는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현재 사자는 역대 최대 개체 수의 92%가 사라지고 8% 미만이 생존해 있다. 멸종 위기 동물이 지금처럼 마케팅 수단으로만 사용된다면, 앞으로 그들의 살아있는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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