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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의 기쁨’ 사우디 여성 폭풍 랩 영상 … 하지만 현실은

By 나은정

Jul 9, 2018
한 미모의 여성이 시동을 켜고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P(parking)에서 D(drive)로 기어를 바꾸고, 선루프를 열고 일어나 어깨춤을 들썩인다. 신이 난 여성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3분간 속사포 랩을 쏟아낸다.



“더이상 택시는 필요 없어, 핸들이 내 손 안에 있어

…R은 후진 D는 직진, 다른 차들을 조심해”







    YO, 운전은 내가 직접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전 허용을 격하게 반기는 여성 래퍼의 영상이 SNS에서 화제다. 여성 운전 금지 조치가 해제된 지난달 24일 사우디 가수 리사 에이(Leesa A)가 유튜브에 공개한 이 뮤직비디오는 열흘 만에 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했다. 인스타그램에선 벌써 140만뷰를 찍었다.



6월 24일 전까지 사우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이 금지된 나라였다. 이 때문에 여성이 차를 타고 이동하려면 개인적으로 운전기사를 고용하거나, 남성 보호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야 했다.



변화의 바람이 분 그곳에서 그는 운전석에 앉아 시종일관 유쾌하게 내지른다. 이제 나를 데려다줄 누구도 필요하지 않다고, 농담하는 게 아니라 나는 혼자서 운전할 수 있다고. 그러니까 안전벨트를 매고 인도와 사이드 미러를 확인하자고. 그는 계속해서 반복한다, R은 후진 D는 직진, 다른 차들을 조심하자고.







사우디 여성이 직접 운전을 하며 랩을 하다니, 그것도 현대차의 ‘쏘나타’를 타고. 당연해야 할 이 기이한 광경에 ‘국뽕(맹목적인 애국심)’이 더해져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1만개가 넘는 댓글엔 “Amazing(놀랍다)”, “Awesome(멋지다)” 등 해외의 많은 네티즌으로부터의 응원 메시지가 가득하다. 



    1년 전만해도 ‘신이 남자들을 없애줬으면’



이 뮤비가 탄생하기 1년 전인 2017년에만 해도 화제가 된 사우디발 뮤비엔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룹 ‘메저델리사’가 작년 1월에 공개한 <염려(Hwages)>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에서는 6명의 여성이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는 이슬람 여성의 복장)을 쓴 채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농구를 하거나 남자 어린이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타는 등 사우디 여성들의 억압받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꽜다. ‘신이 남자들을 없애줬으면’이라는 직설적인 가사가 흘러나오는 이 뮤비는 당시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300만 회를 넘어서며 네티즌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얼마나 더 바뀔까



그런 사우디에서 최근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사우디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 때문에 여성의 야외 스포츠 관람과 공연 관람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작년 말 사우디 왕실이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개혁 조치를 내놓으면서 축구장과 영화관 출입이 가능해졌다. 지난 2월엔 여성의 군 입대도 허용해 여군 지원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물론 사우디 여성들의 현실적인 제약은 여전히 상상을 초월한다. 여성들의 운전 자격조차 연령(30세 이상)과 공간(시내), 시간(토∼수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 목∼금 오후 12시부터 오후8시)에 있어서 제한이 많다.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 후견인 법’에 따라 남성 후견인 없이는 자신만의 통장 계좌를 개설할 수 없고, 병원과 은행 등을 제외하고는 남성과 자유롭게 섞여 앉을 수도 없다. 여행도, 결혼도, 이혼도 남성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하며, 아바야(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옷)을 입지 않고서는 밖에 나갈 수도 없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에 대해 “사우디에서 여전히 여성이 2등 시민으로 취급되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차별적인 관습에 대한 개혁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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