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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표팀에 유독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많은 이유

By 이유정

Jul 6, 2018
축구에서 끊이지 않는 논란이 있다면 바로 ‘인종차별’이다. 국가 대항전의 성격이 짙은 월드컵 무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축구는 때로 정치적이다.

6일 우루과이와의 8강전을 앞둔 프랑스가 대표적 예다. 프랑스 대표팀은 ‘똘레랑스’와 ‘인종주의’가 격렬히 맞붙었던 가장 논쟁적인 축구팀 중 하나다.

프랑스 대표팀을 보면 유독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눈에 띈다.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19살의 ‘황금신예’ 음바페도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졌다. 음바페의 아버지는 카메룬, 어머니는 알제리 출신이기 때문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프랑스 대표팀


30일 멀티골을 터뜨린 음바페. 프랑스는 아르헨티나를 4대 3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사진=FIFA홈페이지]

프랑스 중원의 핵심 은골로 캉테도 말리계 프랑스인이다. 기니계인 폴 포그바는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프랑스는 총 23명의 엔트리 중 15명이 아프리카계 선수들로 구성됐다.

프랑스 대표팀엔 언제부터 이렇게 다양한 인종의 선수들이 많았을까? 

기점은 1998년 자국에서 열렸던 프랑스 월드컵이었다. 사상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프랑스 축구의 황금기를 쓴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파트릭 비에라 등은 모두 아프리카계 선수들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프랑스 대표팀. 지네딘 지단, 릴리앙 튀랑 등[사진=게티이미지]


이들은 ‘뢰 블레(Les Bleusㆍ파랑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프랑스 대표팀의 애칭)’의 굴욕과 영광의 역사를 이끌었다.

당시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당수였던 장 마리 르펜은 ‘온갖 유색 인종이 주도하는 대표팀은 프랑스 대표팀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아프리카계 선수들은 프랑스 국가도 부르지 못한다는 조롱도 뒤따랐다. 외부에서는 다인종으로 이뤄진 프랑스 대표팀을 성적을 위한 ‘흑인 용병’, ‘외인 부대’라 일컬었다. 모두 선수들의 실력보다 피부색을 앞세운 인종주의적 시선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프랑스 영토 밖에서 태어난 외국인 출신 선수는 가나 태생의 마르셀 드사이 한 명 뿐이었다. ‘외국인 스타를 모아 급조한 강팀’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이었다. 물론 성적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건 맞다. 축구평론가 홍대선은 저서 ‘축구는 문화다’를 통해 “이들은 스타로서 프랑스에 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프랑스라는 환경이 그들을 스타로 길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프랑스는 이민 2세들에게도 평등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왔다. 유소년 축구도 마찬가지였다. 앙리와 니콜라 아넬카 등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이자 국립기관인 CTN(내셔널 트레이닝 센터) 출신이며 이들이 자라 빛을 발한 것이 98년 월드컵이었다.

축구 대표팀을 향해 인종주의적 발언을 쏟아냈던 장 마리 르펜. 그는 국민연합(前 국민전선) 당수 마리 르펜의 아버지이기도 하다[사진=연합뉴스]

그리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는 20년 만에 또 한번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역시 프랑스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 하에서 성장한 아프리카계 유망주들이 선두에 섰다. 음바페는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 클레르 퐁텐 출신이다.

“축구에 인종은 없다. 어설픈 백인들만 흑인을 차별한다.” 앞서 70~80년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선수 미셸 플라티니의 말이다. 하얀 피부에 영락 없는 프랑스인처럼 보이는 플라티니조차 이탈리아 출신의 이민자였다. 결국 소위 ‘순수 프랑스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프랑스 축구란 인종주의에 따른 부질없는 잣대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던가. 서구에서 인종주의는 정치적ㆍ경제적 재편기에 강하게 등장했다. 70~80년대의 축구 인종주의는 유럽의 보수정권이 백인 주류사회의 반(反)이민 감정을 부채질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유럽 역시 격동의 시기에 있으며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난민 위기, 테러 위협 속에 반이민 감정이 고조되고 극우 정치 세력이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 포그바의 수갑 세레머니[사진=CNN홈페이지]


작년 11월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보인 폴 포그바의 세레머니는 이와 무관치 않다. 뉴캐슬을 상대로 골을 터뜨린 그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손목에 수갑을 찬 듯한 동작을 취했다. 이른바 ‘수갑 세레머니’였다. 리비아에 거주하는 난민들이 노예로 팔려나간다는 CNN의 ‘인간 노예 시장’ 보도는 이주민의 나라 프랑스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포그바는 이들을 향한 정치적 지지를 표시한 것이다.

물론 월드컵 역사 이전엔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을 식민지화한 프랑스의 제국주의가 있었다. 그리고 진보적 역사의 관점에서 프랑스가 보여준 똘레랑스와 평등의 가치가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대표팀이 쓸 성적과 무관하게, 뢰 블레가 갖는 상징성에 앞으로도 주목해 볼 이유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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