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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비닐이 사라졌다, 그 후

By 구민정

Jun 26, 2018

비 오는 날, 건물을 드나들 때마다 젖은 우산에 씌우는 긴 비닐봉지. 봉지 한 장당 20원꼴인데 기계 옆에 놓인 휴지통에 그 20원들이 무더기로 쌓이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이 비닐커버들이 땅에 묻혀 매립되면 완전히 분해되는 데만 100년 가까이 걸리고 불에 태워 소각하면 유해물질이 나온다. 이미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로 넘쳐나는 지구에 더이상의 비닐 쓰레기를 더할 필요가 있을까.


   사라짐

그래서 없앴다. 서울시는 올해 5월 1일부터 산하 모든 기관에서 우산비닐커버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매년 서울시에서 구입해왔던 우산비닐만 30만장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개인건물 등에서 구입한 것까지 합하면 그 양은 더 늘어난다. 하지만 이제 모든 지하철 역사, 시립미술관, 구청 등에서 우산비닐커버기를 볼 수 없게 된다.


우산비닐 제공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

그런데 비닐커버가 사라진 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비닐커버기 대신 빗물제거기를 추후 설치하겠다고 했다. 빗물제거기는 현재 서울시 청사에서 10대 가량 이용중이다. 큰 2장의 수건이 마주보고 서있어 그 사이로 젖은 수건을 넣어 털어주면 물기가 닦이는 원리로 작동하는 기계다. 하지만 이 제거기가 언제, 얼마나 할 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지하철공사나 구청, 미술관, 박물관 등 각 기관들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대책을 마련하도록 일임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언제까지 하라고 못 박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바다

이후에도 비는 어김없이 왔고 지하철역 계단은 작은 폭포가 됐다. 퇴근시간 소나기가 왔던 지난 28일 시내 지하철역 출구계단들이 우산 위의 빗방울들을 그대로 맞아 흥건히 젖었고 시민들은 미끄러운 계단을 위험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근무하는 한 청소근로자는 “사람들이 젖은 우산을 아예 털지도 않고 그대로 들어오니깐 보세요. 금세 물바다 돼요. 비닐 씌울 때보다 물이 더 많긴 한데 비닐 그것도 쓰레기라 어차피 정리해서 버려야되고 일이었어요. 더 닦을 수밖에 없지 뭐.”라고 말했다.


빗물이 흥건한 역사 출입구의 모습.

   대안찾기

무작정 빗물제거기를 지하철역 출입구에 놓을 수도 없다. 현재 서울시 청사에서 쓰이는 빗물제거기의 경우 30초 가량 서서 우산을 흔들고, 털고 해야 하는데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특성상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핸드 드라이어기처럼 자동으로 열풍이 세게 나와 순간적으로 물기를 말리는 기계도 있지만 ‘전기’를 쓰는 기계 특성상 비용과 전력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역의 대책과 관련해선 추가적으로 지하철공사 측과 협의하고 있다. 1차적으로 공사측 금년도 가용예산 가운데 기존에 우산비닐커버 구입 구매 관련 예산을 활용해서 흡수카펫 등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설치물들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부터 서울시 본청 청사 출입구에서 이용중인 우산빗물제거기. [제공: 서울시]

   감수한다

비닐커버가 사라진 뒤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지만 중요한 건 ‘비닐커버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한꺼번에 우리가 쓰는 모든 폐비닐을 없앨 순 없겠지만 비가 올때마다 쏟아져나오는 비닐커버부터 쓰지 않겠다는 작은 움직임이 의미있다고 보고있다. 요즘 비닐커버를 쉽게 제공하다보니 우산집(커버) 없이 판매되는 게 많은데 앞으로 우산집을 들고다니며 개인적으로 우산집을 활용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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