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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텅장에 무슨 일이?(feat. 최저임금법 개정)

By 구민정

Jun 25, 2018
“그래서 통장에 얼마 찍히는데?”

우리에게 중요한 건 결국 월급날, 각종 보험료와 세금 다~ 빼고 통장에 얼마가 찍히는 지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올해 통장에 똑같이 250만원이 찍히는 사람들이라도 내년이 되면 누구 월급은 37만원이 오르고, 누구는 22만원만 오르게 된다.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다. 우선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같더라도 그 월급을 이루는 항목을 따져보면, 같은 250만원도 전혀 다른 250만원이 된다.


   핵심은 ‘기본급’이냐, 아니냐

- 태형 기본급 250만원

- 지민 기본급 187.5만원+상여금 62.5만원

(* 지민 상여금, 연 400%를 월 단위로 환산)

태형, 지민 모두 매달 통장에 250만원이 찍히는 노동자들이다.

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15% 인상된다고 하자. 최저임금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때문에 기본급도 그 영향을 받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인상률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매달 현금보너스나 식비 등을 받지 않고 기본급으로만 채워지는 태형의 월급은 287.5만원으로 오른다. 
한편 지민의 월급은 278만원으로 오를 예정이었지만, 5월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의해 263만원으로 오른다. 15만원 덜 오르게 되는 것. 이 덜 오른 15만원은 바로 ‘상여금’ 때문이다.


원래 상여금은 기본급에 포함되지 않는다. 연차수당, 숙직수당, 주거지, 교통비, 식대 등도 기본급 항목이 아니다. 당연히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월급의 ‘일부분’들이었다. 1986년 최저임금법을 처음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그랬다.

그런데 내년 1월 1일부터 매달 받는 정기상여금의 25%가 넘는 부분은 최저임금 계산시 들어가게 된다. 매달 받는 보너스가 62.5만원이었던 지민에겐 [62.5만원의 25%]인 15만원이 ‘기본급’으로 딸려들어가는 것이다. 안 딸려들어갔다면 보너스는 그대로고 기본급만 187.5만원에서 215만원으로 올라 총 28.5만원이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15만원 정도가 기본급에 녹으면서 기본급은 올랐지만 상여금이 15만원 만큼 줄어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 최종적으로 13만원밖에 안 오르게 된다.(28.5만원 오를 게 13만원만 오르는 것.)

교통비, 식대, 주거비 등 복리후생비도 마찬가지다. 7%가 넘는 복리후생비는 15%가 넘는 상여금처럼 최저임금에 들어가게 된다. 기본급이 낮은 대신 높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로 통장을 채워온 노동자들은 자연스레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덜 오르는’ 월급을 받게됐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으면서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 월환산액의 25%를 넘게 받거나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월환산액의 7%를 넘게 받는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이 그대로 인상되지 않고 덜 인상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임금이 이전보다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인상분이 줄어드는 것인데 이에 대해 정부가 곧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관계자

월급쟁이들에겐 덜 오르는 것도 결국 ‘손해’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굳이 이런 개정안을 왜 만든 것일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면서도 일정비율을 넘는 부분만 산입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저임금노동자’의 임금보장과 ‘중소기업’ 부담 완화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저임금노동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내용이란 설명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의 가장 직접적인 관계자다. 아르바이트, 단기 계약 노동자들에겐 매달 보너스(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이 없다. 최저시급이 정해지면 일한 시간만큼 곱해 딱 그만큼만을 기본급, 곧 순수 월급으로 받는 노동자들인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들을 주로 고용해 공장이나 치킨집을 돌리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에겐 딱 그만큼을 인건비로 쓴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올해 최저임금은 작년보다 16.4% 올라 7530원이 됐다. 최저시급이 매년 15%~16% 올라야 2020년에 1만원 가량이 된다. 하지만 이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영세업자들이 꾸준히 고통을 호소하는 등 현실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도 공생이 가능할까

이에 정부는 최저임금 공약도 지키고, 기업 현장의 불만도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최저임금을 얼마 올릴 지보다, 무엇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기본급 영역에 포함시킬 것인가의 문제로 비튼 것이다. 

어차피 보너스, 식비를 받지 않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이번 산입범위 확대로 입을 타격이 없다. 최저시급이 오르는 만큼 이들의 월급도 늘어난다. 동시에 산입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높아지는 인건비에 힘들어하던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달랠 수 있다. 이들의 불만을 그냥 무시했다면 오히려 경영계의 반발로 2020년 1만원 공약 자체가 어려워질 지도 모른다.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을 꼭 지켜야만 하는 정부의 속내가 드러난 셈이다.

반면 최저임금법 개정안으로 월급이 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많은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여론도 정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도 15%에 준하는 인상률을 달성할 수 있을까.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은 6월 28일이다. 최종 확정고시일이 8월 5일기 때문에 더 늦어진다고 해도 7월 16일을 넘길 수 없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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