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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됐음 다 뭉개야 하나요?

By 구민정

May 25, 2018

  
파리엔 있고 서울엔 없는 것

많은 사람들이 유독 파리에서 낭만을 찾는 데엔 ‘건물’이 한 몫한다. 골목마다 100년도 더 된 건물들이 처음 지어진 그 자리에서 역사가 되어 도시를 지킨다.
반면 서울에서 오래된 건물은 뭉개고 새로 지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된다. 아파트만 해도 연한인 30년이 지나면 재건축 얘기가 나온다. 재건축 연한은 해당지역의 개발붐의 출발 신호탄이 되고 조합원, 지위양도, 설립인가 등의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정말 오래된 건물은 꼭 뭉개고 새로 짓는 게 답일까?



   오래되면 위험하다?

서울시의 283만 호가 넘는 집들 중 지은 지 10년이 넘은 집은 218만 호에 이른다. 76%에 육박하는 수치다. 구별로 보면 노원구가 17만9075호로 10년 이상인 주택 수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강남구 14만 1065호, 강서구 13만2718호로 많았다. 하지만 전체 주택 수에 대비해보면 노원구가 전체 주택의 94.7%, 도봉구 88.6%, 종로구 85.6%로 10년 이상 된 집이 많았다.

하지만 단순히 건물이 오래됐다고 위험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순 없지만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는 건축기법과 관련이 있다. 남철관 나눔과미래 활동가는 “건축연도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60, 70년대엔 철근과 보강재를 쓰지 않은 방식으로 집을 많이 지었고 90년대가 지나서야 철근으로 형틀을 만들어 거기에 콘크리트를 붓고 구조적으로 견고하게 만드는 건축기법이 쓰였기 때문에 주택이 30년, 40년 됐다는 건 나름 노후도를 평가하기에 의미가 있긴 하다”며 “하지만 똑같은 건축기법을 썼어도 자재를 A급썼냐 B급썼냐에 따라, 건축의 참여했던 기술 인력들의 얼마나 숙련됐냐에 따라 건물의 건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짜 문제

실제로 노후주택들 중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위험한 경우가 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오래 전에 지어진 노후주택은 기반시설이 약해 집중호우가 오면 무너질 수도 있고 실제로 달동네로 불리는 곳엔 축대 여러곳이 이미 붕괴돼 있다”고 말했다.

관리가 잘 안되는 허점도 있다. 많은 경우 서울 시내 주택은 ‘살기 위한 곳’이 아닌 임대사업의 자산으로만 쓰인다. 그래서 그곳에 살지 않고 세를 놓는 집주인이 굳이 오랫동안 주택을 잘 관리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또 거주인이 주택관리와 리모델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노후주택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준형 도시공감 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 실장은 “주인이 그 집에서 사는 경우 고령의 어르신들이 오래된 집에 살다보니 집이 오래돼도 큰 돈 들이지 않고 그냥 살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주인이 함께 살지 않고 임대를 놓을 경우엔 최소한의 것만 하기 때문에 주택관리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에서 진행된 노후주택개량 사업. [제공=서울시]


   신축보다 관리

이에 지역사회가 오래된 주택을 뭉개지 않고 관리해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도 오래된 건축물과 동네를 전면철거하는 재개발 방식에서 ‘보편적 지원’과 ‘맞춤형 재생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준형 실장은 “현장에서 이사비 대비 생각하면 금융 지원이 부족한 점도 있는데 사실 금융지원도 시행된지 오래되지 않았다. 주택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금융으로라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 컸었는데 이제 사회적으로 주택활용과 도시재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가능해졌다는 것이니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의 신축과 개량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저리융자 정책은 공사 금액의 80% 이내에서5년 균등분할 상환 조건으로 지원하고 연 2%의 금리를 서울시가 부담한다. 개량비용 지원 한도만 보면 다세대주택은 세대당 2000만원, 단독주택은 4500만원까지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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