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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몸비 그리고 추억의 전파차단

By 정태일

May 24, 2018


이 영상은 1998년 10월 29일자 뉴스 일부다. 이날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전파차단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출처=KBS]


   차단기까지 등장시킨 소음문제

당시 휴대전화 가입자가 1200만명을 돌파하면서 공연장, 강의실, 도서관 등 공공장소 휴대전화 소음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20년전 휴대전화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소음’이 사회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책은 2000년 들어서 나오기 시작했다.

원래 전기통신사업법 상 전파차단으로 통신을 방해할 수 없는데, 정통부는 시범적으로 전파차단당치를 운영키로 했다. 당시 산업자원부도 전파차단장치 설치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정통부에 요청했다.

대학들도 적극 나섰다. 건국대는 교내 전자공학과에서 개발한 제품을 열람실에 설치했다. 이 제품은 50m 이내에 있는 전파를 차단시켜 열람실에서 휴대전화를 아예 사용할 수 없었다. 서울대도 중앙도서관 열람실에 시범적으로 차단장치를 운영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이용 주의 표지판 [출처=서울시]


   스마트폰이 파생시킨 스몸비

그로부터 20년 뒤인 현재 소음이 아닌 또다른 문제점이 등장했다. 바로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 합성어)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보행 중 주의분산 보행사고로 접수된 사건은 총 6340건이며 사상자는 6470명이다. 특히 주의분산 보행사고 중 62%는 휴대전화 사용 중에 발생했다.

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보행 중 횡단보도 또는 어디서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응답자가 31.6%였다. 89%는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 시간 10초를 넘겼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의하면 2016년 9월 광화문 사거리에서 33%가 보행 중에, 26%가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서울시가 설치한 스마트폰 사용주의 보도부착물 [출처=서울시]


   예방만으론 부족 규제법안까지

서울시는 스몸비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바닥신호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대구대는 3D 착시미술(트릭아트)을 활용해 ‘공중에 뜬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횡단보도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색칠해 운전자의 과속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성북구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고 방지 정지선을 구내 5곳에 설치했다.

이와 별도로 규제법안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도로교통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폰 이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벌금 10만원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해 시민의 권리ㆍ의무에 ‘모든 시민은 보행 중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해야 함’을 규정했다. 

대구대 공중에 뜬 횡단보도 [출처=대구대]


   자유냐 안전이냐

국회입법조사처는 규제법안만으로 스몸비를 해결하기엔 고민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우선 보행자 행동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 보행 중 책ㆍ신문을 읽거나 대화를 한다거나 음식을 먹는 것도 모두 ‘주의분산’이다. 여기서 스마트폰 이용만 규제한다면 차별적 측면이 있다.

둘째 횡단보도로 국한할지, 도로 전체로 규정할지 검토해야 하고 태블릿, 전자책, 게임기 등 다른 기기를 포함시킬지도 고려 대상이다.

셋째 사용하는 ‘행위’에 전화수신, 음악감상 등도 포함될 수 있어 특정 상황으로 국한시키는 것도 문제다. 

성북구에 설치된 스마트폰 사고방지 정지선 [출처=성북구청]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럼 20년전 전파차단제도는 휴대전화 소음 문제를 해결했을까.

정통부는 2000년부터 2년간 휴대폰 전파차단장치를 시범운영한 뒤 기술적으로 하자가 많고, 헌법상 보장된 통신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결국 전파차단장치는 기존 법대로 금지됐다.

스몸비 문제를 규제 중심으로 접근했다간 소음 문제처럼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스몸비는 발달한 기술을 과도하게 사용해 나타난 일종의 부작용이다. 지금 횡단보도를 막 건너려는 당신, 보던 스마트폰을 잠시만 넣어두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지 않을까.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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